자연주의 출산 후기 (출산 3대 굴욕 없는 평화로운 출산)
- 육아/육아정보
- 2021. 8. 8.
자연주의 출산 1편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출산 트렌드의 변화 "자연주의 출산과 히프노버딩"
자연주의 출산 준비
저는 둘라 선생님과 조산사 선생님께 회음부 안 찢어지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돌아온 답은 그 부분에 오일 마사지를 하랍니다. 오일 마사지를 그냥 바르는 것도 아니고 아기가 나올 수 있도록 힘을 줘서 (더 쓸 수 없어서 이하 생략) 그것도 아빠가..
최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산사 선생님께 마사지 못하겠다고 하니까 걱정 말라고 하십니다. 출산할때 조산사님이 알아서 잘 마사지 해줄테니 걱정말고 편히 지내고 있으라고 합니다. (결국은 아빠가 하느냐 조산사님이 하느냐의 차이 같지만 정신적으로 조산사님이 하는것이 낫더라구요.)
그래도 희망적인것은 호흡을 잘 하면 회음부는 찢어지지 않는다라는 답도 듣습니다. 엄마가 호흡을 잘 해야하는데 몸이 긴장을 하다보면 호흡을 조절을 못하고 한번에 팍! 힘을 주는 순간 회음부가 절개 되는거예요. 라는 답을 줍니다.
이거는 내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뭐해야한다? 호흡을 연습해야합니다. 저는 회음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으로 둘라선생님이 알려준 호흡법을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열심히 연습을 합니다.
혹시나 출산중에 기억이 안날까봐 달달 외우고, 임산부 요가하면서 머릿속에 상황을 그려보면서 호흡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백번 연습했어요.
자연주의 출산 D-DAY
그렇게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고, 아이가 태어나기 일주일 전부터는 생리통이 살짝 느껴졌어요. 이게 이슬인가 헷갈리는 갈색혈도 보여서 카톡으로 조산사 선생님께 알려드렸구요.
출산 당일 새벽 5시경부터 배가 좀 살살 아픕니다. 아침 9시경이 되니까 배가 좀 더 아프기는 했지만 이정도 아픈거면 참을만 한데?정도의 강도였어요. 이정도 아픈거 가지고 엄살이었던거야? 하는 여유도 있었어요.
그러다 오후 2시가 되자 진통 간격은 2~3분 간격으로 짧아졌고 진통은 말할 수 없이 아팠습니다.
이쯤 제대로 된 이슬도 봤는데 이슬을 실제로 보면 거대한 피덩어리예요. 갈색혈이랑은 비교도 안되는 빨간 피덩어리예요.
<이슬의 역할>
아이가 뱃속에 있는동안 예를들면 고무풍선 같은데서 탯줄을 달고 살잖아요. 그 끝을 단단하게 이슬이 막아주어 양수가 빠져나오지 않게 도와주고 외부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는 역할을 해요.
첫아이 출산은 2~3분(경산모는 4분) 간격으로 진통이 찾아올때 병원에 오라고 했기때문에 준비해둔 출산 준비물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너무 아파서 허리를 펼 수 없었는데 병원에 도착해서 보니 겨우 1cm만 열려 있었어요. 선생님은 안타깝지만 병실료가 고액이니 집에서 조금 더 대기하다가 오라고 합니다. (아 죽을거 같이 아픈데...)
* 자연주의 출산은 출산비용는 없지만 병실료가 1박에 70~100만원정도로 비싸요. 그래서 출산과정이 길어지면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요.
차에 거의 눕다시피 하고 집으로 갑니다. 이때부터는 소파와 한몸입니다. 진통이 올때마다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참았어요. 진통이 오면 숨을 못 쉴거 같이 아팠어요. 오늘만 살다가 죽을것 같은 그런 아픔이었어요.
집에서 3시간동안 10번이상의 강한 진통을 참아냅니다. 약 3분정도의 강한 진통이 지나가고 나면 10분정도의 휴식기간이 있었는데 이때 정신을 차려야 다음 진통을 참을 힘이 생겼어요. 이때는 남편도 해줄게 없었고 남편이 옆에 있어도 아프다 말할 정신도 없었어요.
3시간의 강한 진통을 참아내고 저녁 6시가 되자 이런 마음이 듭니다.
"자연주의고 뭐고 제왕절개 하자" ㅋㅋㅋㅋㅋㅋ
돈이고 나발이고 아무생각 없습니다. 당장 제왕절개 해줘. 너무 아파. 남편도 3시간동안 참아내는 저를 보고 제왕절개 하겠다는 저를 말리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조산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선생님이 경부 길이가 3cm로 짧아져 있어서 곧 출산할 수 있겠다고 입원을 하자고 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자연주의고 뭐고 당장 애를 꺼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너무 아파서 당장 재왕절개를 하겠다고 하니 조산사님이 그럼 무통주사를 맞아보자고 제안을 합니다. 당장 놔주세요.
* 자연주의 출산은 약물과 의료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출산법으로 무통주사를 지양하지만, 산모의 몸이 너무 긴장하고 있으면 무통주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집에서 3시간동안 진통을 참으면서 이미 지칠대로 지쳤고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는 2~3분에 한번씩 진통이 오고 있었어요. 무통주사를 놔주는 선생님이 도착하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어요.
척추에 무통주사를 맞고 평화가 찾아옵니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둘라 선생님이 도착해서 제 배의 수축모양을 관찰하고 계셨어요.
저는 무통때문에 아기가 움직이는게 이정도로 큰지 몰랐는데, 둘라선생님 말로는 육안으로도 태동이 심하게 보였고 아기가 작아서인지 2시간이 지나니까 처음보다 배 모양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고 해요. 무통 상태에서 아이가 태동을 하면 뱃속이 꿀렁한 느낌이예요.
무통을 맞고 2시간이 지나자 다시 찢어질것 같은 아픔이 찾아옵니다.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둘라 선생님 손을 잡고 그토록 연습한 호흡을 합니다. 2~3분 간격으로 오는 진통이 느껴질때마다 둘라 선생님께 신호를 보내면 선생님이 숨 들이마시고 후~ 하면서 호흡을 조절해주셨어요.
선생님 무통 한번 더 주세요!
조산사 선생님은 경부가 다 열렸으니 그냥 출산하자고 합니다. 드디어 올것이 왔다.
담당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회음부 열상 방지 주사를 놓았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힘을 주는 시간이었어요.
자연주의 출산은 조용하고 평화롭게 아기의 탄생을 기다려요.
자연주의 출산은 일반 호텔방 같은데서 출산을 하는데 분만침대가 아닌 평범한 침대에서 출산을 해요. 출산을 위해 조도를 낮추고 남편이 준비해온 잔잔한 음악을 틀어줍니다. 진통이 길어지면 오일 마사지를 하기도 하고 짐볼에서 통증을 날리기도 해요. 욕조가 있는 분만실은 물에 들어가서 출산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방법이든 호흡으로 진통을 완화해주는 것은 같습니다.
남편은 제 머리 옆에서 ㄱ자 빨대를 꽂은 물을 들고 있었고, 조산사 선생님은 아이를 받을 준비를 하셨어요. 그리고 둘라 선생님은 제 손을 잡고 계셨어요. 완벽한 출산 어벤저스 팀이었습니다.
처음 시작된 가벼운 진통은 둘라 선생님이 알려주는 호흡으로 날렸어요
저는 가만히 눈을 감고 아이가 신호를 보내면 선생님께 진통이 온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면 조산사 선생님은 열심히 마사지를 해서 아이가 나오는 길을 만들어 주셨고, 둘라 선생님과 저는 잡은 손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당기며 호흡을 했어요. 이 과정이 상당히 중요해서 정리를 해볼게요.
(1) 엄마는 가만히 아이의 태동을 느끼고 진통이 시작되면 선생님께 진통이 온다고 알려줍니다. 진통이 오면 아이가 힘을 주고 내려오는데, 예를들어 아이가 3센치를 밀어 전진했다고 하면 진통이 서서히 가라 앉으면서 아이는 1센치 뒤로 밀려나갑니다. 몇cm 인지는 정확하지 않은데 이런 식으로 조금씩 밀고 나오고 반동으로 다시 조금 후퇴하는 과정을 반복하는것이 분만이라고 보면 돼요.
(2) 본격적으로 힘을 줄때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길게 참으면서 아기가 밀려 내려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숨만 참으면 안되고 엄마 배에 힘을 주고 아래로 내려보낸다는 느낌을 가져야 해요. 그때 뭔가를 손에 잡으면 좋은데 자연주의 출산은 분만침대가 아니다보니 옆에 손잡이가 없어요. 저는 둘라선생님의 손을 마주잡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끌어 당기면서 힘을 줬어요.
(3) 진통이 끝나가면 길게 참았던 숨을 후~ 부드럽게 내보내고 다시 차분하게 눈을 감고 힘을 모았어요. 이때 쉬어줘야 다시 숨을 참을 힘이 생겨요. 가만히 힘을 모으고 아기의 움직임에 집중하는거예요.
(4) 천장을 보고 누운자세로 출산을 하다가 너무 힘들면 옆으로 누워 호흡하고 힘주는 분만과정을 반복했어요. 왜 이렇게 하는지 몰랐는데 좌측 골반을 눌러주면 골반 아래쪽이 넓어진다고 해요. 이건 조산사 선생님이 알려주시니까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5) 이 과정을 무한 반복합니다. 특히 아이 머리가 조금 보일때 힘주는걸 조심해야 회음부 열상을 방지할 수 있어요. 아기의 머리가 보이기 시작하면 엄마가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라서 힘을 잘못 주기 쉬워요. 한번에 힘을 쎄게 주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호흡은 크게 들이 마시고 부드럽게 길게 내보내야해요. 힘도 팍 주고 숨도 팍 내 쉬면 회음부 사방팔방 찢어져요!
자연주의 출산을 하는 동안 조산사, 둘라, 아빠와 엄마는 한팀이 되어서 아기가 진통을 보낼때마다 자기의 역할에 충실했어요. 특히 출산 후 엄마 캥거루를 하는데 태반이 완전히 빠져나오면 아빠 캥거루를 30분정도 해요.
아빠 캥거루의 효과인지 우리 아이는 아빠를 너무 좋아해요!
자연주의 출산은 호흡이 중요
저는 본격적으로 힘을 주는 한시간동안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아이를 출산했어요. 그 비결은 호흡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요. 인간진통제 "둘라" 선생님이 알려준 호흡법 덕분에 진통이 올때마다 호흡으로 보내버렸어요. 출산 중에도 진통이 오면 둘라 선생님한테 알려주고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였어요. 선생님이 가르쳐주는대로 그대로 따라하면 분만 시간은 짧아져요.
그리고 자연주의 출산에 노련한 조산사 선생님 덕분에 회음부 열상도 없었어요. 물론 회음부 열상도 호흡이 중요합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너무 중요하니까 한번 더 말할게요. 힘을 팍 주면 회음부는 터진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서서히 숨을 길게 들이 마시고 오래 참으세요. 그리고 내 뱉을때도 서서히 후우~ 하고 깊게 내 뱉는겁니다.
담당 의사선생님은 분만전 열상주사 맞을때 한번, 분만 후 회음부 상태 체크를 위해 본게 전부예요.
자연주의 출산하는 모든 엄마들 잊지마세요. 중요한건 호흡이예요!
자연주의 출산은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예요. 제가 처음 자연주의 출산을 한다고 했을때 친정에서 유난이라고 했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출산은 아름답고 좋은 추억이어야 해요. 출산이 트라우마가 되면 안돼요. 그리고 아기한테도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 스트레스여서도 안되구요. 엄마의 건강을 헤쳐서도 안돼요. 실제로 저의 회복은 조리원 탑을 먹을만큼 빠르게 제 자리로 돌아와 주었습니다. 조리원 선생님들이 조심스럽게 물어보셨어요.
혹시 자연주의 출산 하셨어요?
자연주의 출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로운 상태에서 아이의 탄생을 축복하는 순간이라는 거예요.
우리 아기 처음 만나는 순간인데 소리지르고 흥분한 상태이면 안되잖아요? 전 다음에도 출산을 한다면 당연히 자연주의 출산으로 할거고 고민없이 최** 조산사님과 김** 둘라님을 찾아갈거예요.
출산을 앞둔 엄마들이 이 글을 많이 읽으실텐데, 제 자연주의 출산 후기가 많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예비엄마 걱정마세요 잘 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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